이 논문은 한국의 여성운동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한국YWCA운동을 정체성, 조직, 리더십의 맥락에서 분석하고, 보수와 진보로 구분되는 현 여성주의 논리로는 설명되기 어려운 이 운동의 독특한 성격을 ‘실천적 기독교 여성주의 ’(Praxiological Christian Feminism)라는 관점으로 정립해 보려는 연구다.

한국YWCA는 현존하는 여성단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조직으로 근 현대사를 아우르며 90년의 여성운동의 역사를 이어왔다. 한국YWCA가 초기에 영향을 받은 여성주의는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공화주의적 모성에 기반한 서구의 제1세대 기독교 여성주의이다. 초기 여성주의는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외세로부터의 독립의식을 갖추게 되었고, 계몽과 교육을 중심으로 한 한국YWCA의 초기 여성운동은 교파와 계층을 초월한 여성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기독교 여성단체의 연합체로서 창립의 기반을 가졌던 한국YWCA는 1953년부터 가족법운동을 이끌어왔고, 1970년 당시 근로여성들의 노동착취에 대항하여 근로여성의 복지향상과 인권문제를 주요한 운동 방향으로 설정하여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옹호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민주화운동이 치열하였던 1980년대에 한국YWCA는 ‘비정치 권력화’를 자신의 입장으로 표방하면서 어떤 종류의 정치적 사안에도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으나 당시 대부분의 문제들이 정치적 차원과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원칙의 고수는 내부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90년 이후 지방분권화와 함께 한국YWCA의 지역운동이 분화, 확장되었고, 현재까지 전국 조직망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보한 여성운동조직으로 지속해오고 있다. 

한국YWCA는 보수화된 한국 교회 현실에서 교회와는 구별되는 기독교 여성운동체로 공고한 결속력을 지키고 있으며, ‘비정치권력화’의 입장을 고수했으나 ‘관변조직화’ 되지 않았고, 때로는 가장 진보적인 운동조직으로 활동하였다. 이러한 한국YWCA의 특징은 기존 연구에서 규정하는 ‘구사회운동’과 ‘신사회운동’의 구분이나 ‘보수’와 ‘진보’의 틀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이면서도 유연한 것이다. 

한국의 근 현대사의 굴곡을 거치면서 한국YWCA는 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 선 ‘행위자’로서 존재해왔다. 한국YWCA의 역사는 한국YWCA가 설립 당시부터 설정한 ‘하나님 나라’를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실천적 노력이었다. 이 실천(praxis)은 이론을 적용하는 단순한 실행(practice)을 넘어서는 ‘생각하는 실천’의 개념이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YWCA 역사를 통해 일관되게 이어져 온 정체성의 핵심을 ‘실천적 기독교 여성주의’로 개념화하였다. 이것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선교사들로부터 유입된 서구의 기독교 여성주의와 에큐메니칼 운동, 그리고 민족주의가 결합되어 형성된 것이며, 이 정체성이 자원결사체(voluntary association)의 조직적 특성과 리더십의 요소와 조응하면서 역사를 지속하는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천적 기독교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고찰한 한국YWCA운동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철저한 복음주의적 신앙을 기초로 하며, 성육신의 신앙관을 기반으로 세상과 결합된 그리스도인의 철저한 사랑의 실천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YWCA 목적문에 나타난 ‘평등’ 사상과 ‘정의’, ‘평화’ ‘생명’ 운동의 지향, 그리고 이를 토대로 활동한 리더십의 활동에서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한국YWCA운동에서 나타난 ‘실천적 기독교 여성주의’는 이념과 실천이 분리되는 이원론에 대한 반대이며, 이념에 의해 운동이 조직되거나 이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실천이 현실 세계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과 상호결합을 하는 통합적인 개념이다. 

셋째로, 기독교적 실천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 여성주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현장성과 결합되어 시대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로 인해 진보와 보수의 양분화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