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0시 29분
초록
이 논문은 국가의 이주노동자 가족에 대한 정책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입국과 송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관리하고 특히 정주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가족정책을 실행하는가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논문은 한국 내의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노동자에 대한 사례연구를 수행했다. 한국 정부와 인도네시아 및 필리핀 정부의 이주노동자 관리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가족정책을 실행하고 있는가를 탐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노동력 이동의 실상과 세계화의 이면을 드러내고자 한다.
노동력의 국경 이동은 통제와 조정의 대상이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190개의 국가는 외국인의 출입국을 관리하고 권리를 일정 정도 한정하는 법령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이주노동자의 입국 자격과 체류 기간을 비교적 까다롭게 통제하고 있으며, 많은 기본권을 제한하고 관리한다. 또한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를 시행하면서 대대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추방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 체류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여러 규정의 기본이 되는 것은, 한국으로 유입되는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이주 형태를 가족 이주가 아닌 개인 이주로 제한하고, 가족이 정착할 때 발생하는 교육, 문화, 의료 등의 사회보장서비스 시행과 관련된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한국에 정착하지 못하는 원인이 한국의 정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이주는 노동력 송출국의 정책과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노동력 송출국은 개인 이주를 권장하거나 가족 이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국가의 정책뿐 아니라 노동력 송출국의 상황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개인 이주를 결심하게 된다.
가족을 개인의 생계유지 단위로 기능토록 하는 한국의 가족 정책은 노동력 재생산의 책임을 가족에게 돌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주노동자의 노동력 재생산을 회피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기업의 가족 임금 부담을 절감하고 국가적 단위의 가족 복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노동력 송출국으로서 인도네시아의 이주노동자 가족 정책은 국가와 가족을 묶는 공동체의 강조로 나타난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온 노동자들의 주된 목적은 가족의 부양이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송출을 묵인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개인에게 책임 지우고 있다. 국가의 사회정책이 모든 지역에 미치지 못하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족은 개인의 생계를 책임지는 단위이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이데올로기적인 교육과 캠페인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필리핀의 경우, 이주 노동자가 빠져나간 후 가족에게 올 수 있는 공백을 메우고 가족의 재통합 과정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국민 유지에 힘쓰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송금액의 증가와 이주노동으로 숙련된 노동자를 국내로 들여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이주노동자들은 국내 경제 상황의 불안으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주노동을 결심한다. 또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높은 송출비용 때문에 가족과 함께 송출 비용을 마련하고, 이를 갚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족에게 송금액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있다.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가족 동반 이주를 할 수 없으며, 인도네시아는 이데올로기 교육으로, 필리핀은 국가의 적극적인 가족 부조 정책으로 이주노동자 가족을 송출국 안에서 공동체로 유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가족에게 송금하는 것과 언젠가는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에 노동력 송출국은 송금액과 숙련 인력을 본국으로 유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 수행한 작업은 국가 내에서 가족이 사회 재생산과 노동력 재생산, 국민들의 생계유지에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알아보는 데 유용하다. 또한 노동력 유입국의 이주노동자의 비정주화 전략은 이주노동자 가족에 대한 정책을 통해 드러난다. 한편 노동력 송출국의 가족 관리 정책은 국가 단위의 노동력 관리 전략을 알아보는 데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