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0시 28분
초록
이 논문은 네트워크 생산방식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을 통해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 고용관계를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이후 포스트 포디즘적 네트워크 생산의 발전은 하도급 부품업체 생산과정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완성차 업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부각시켰다. 완성차 업체는 납기 위반, 불량, 재고 문제 등 유연 생산이 초래할 위험을 보다 교섭력이 낮은 하도급 부품업체에 전가하고, 조직 간 협력에 따라 발생하는 지대의 배분에서 부품업체 노동자를 제외시켰다.
한국 완성차 업체 관리전략은 부품업체 생산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하향식 비용절감을 이용하여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고, 모듈생산을 도입하여 작업장에서 비정규직을 증가시키고 부품업체 노동조합의 권력을 약화시키며, 부품 역수입 정책을 통해 사회적 덤핑을 유도하였다.
그런데 기업 조직의 경계 확장을 통한 완성차 업체의 부품업체 생산과정 조직은, 완성차 업체 관리자들이 부품업체 노동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작업장 노사관계에 개입하기 때문에, 부품업체 노동조합의 저항에 직면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하도급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태도를 기준으로 부품업체 노동조합의 전략을 결합 전략, 담합 전략, 완충 전략, 전투주의 전략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유형에 부합하는 노동조합의 활동 사례를 정리하였다. 연구 결과, 초 기업적 수준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노동조합은, 상근 간부들의 연대 지향 의식과 맞물려,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을 요구하고, 글로벌 아웃소싱에 따른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며, 업종별 분과회의 및 산별노조로 노조조직 형태의 개편을 시도하고, 나아가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의 결합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품업체 노사 간 이면합의, 비정규직에 대한 부품업체 노동조합의 대리교섭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 수준에서 네트워크 생산방식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부품업체 노사 간 담합 구조 형성을 통한 정규직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추구로 귀결되었다. 이것은 납품단가 인하의 자의적 활용을 통해 부품업체 노동조합의 활동을 규율하려는 완성차 업체의 시장 매개적 통제, 정부의 산업정책 및 기업의 조달정책에 대한 완성차 조립공장 노동조합의 미온적 개입, 그리고 하도급 부품업체 노동과정의 정치적 효과에 기인한다.
이러한 완성차 업체 생산과정 관리와 부품업체 노사의 전략적 대응은, 자동차 부품업체를 둘러싼 조직의 경계를 흐리게 함으로써, 간접고용의 증가에 따른 고용관계의 외부화와 고용 불안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유연 착취를 낳았다. 그리고 직업능력개발을 통한 숙련향상과 혁신적 작업조직에 기반을 둔 생산 합리화가 아닌 저임금-저숙련 노동을 자동차 산업 전반에 확산시켰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던 네트워크 생산방식에 대한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 대응 양상은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부품업체 노동조합의 대응과 상이하다. 첫째, 한국의 노동조합들이 납품단가 인하에 따른 임금 감소에 직면하여 기업 수준의 담합 구조를 형성해 왔다면, 독일과 일본의 노동조합은 초기업적 대응을 통해 완성차 업체의 비용 절감이 완성차-부품업체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완화시켰다. 둘째, 기업 수준에서 노동조합의 경영 참가가 미비한 한국 부품업체 노동조합과 달리, 독일 노동조합은 노사정 간 사회적 협의를 통해 직업훈련정책, 지역고용정책, 산업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셋째, 선발 자동차 산업국의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이 기업 간 임금격차의 확대를 규제(일본)하고, 나아가 완성차 업체의 부품조달정책에 개입(독일)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은 부품조달 문제를 단체교섭 의제로 삼지 못하였다.
이 논문을 통해 우리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대안적 생산방식의 형성, 발전을 위한 기업과 노동조합의 역할이 무엇인지 추론할 수 있다. 우선 부품업체 노동조합은 산별 노조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은 완성차-부품업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실질적 연대성을 복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적 생산방식에 대한 부품업체, 하도급 노동자들의 사회, 정치적 수용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가 시장 매개적 통제, 하향식 비용절감, 하도급 업체 노동조합에 대한 규율, 노동자 간 임금 격차, 저임금-저숙련-경쟁적 비용절감을 수익성의 조건으로 삼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부품업체 작업장에서 기능적 유연화와 직업훈련이 가능하도록 부품조달정책을 수립하는, 완성차 업체 관리 전략의 변경이 대안적 생산 방식의 형성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