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0시 28분
초록
정책은 여러 행위자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환경문제는 다른 사회문제와 달리 과학기술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혼재되어 있으며, 그에 대한 정책결정을 포함한 모든 논의 과정에서 과학기술적 요인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기술 전문가는 환경정책과정에서 과학적 지식의 제공자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환경정책과정에 참여하는 과학기술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화호는 시화지구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화만에 방조제를 건설하여 생긴 인공호수이다. 시화지구 개발사업은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간척개발사업이다.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해수유통이 중단되어 시화호의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시화호 수질정책은 이에 대한 대응과정이다. 담수호 조성을 목적으로 했던 시화호는 여러 논의를 거쳐 2000년에 와서 해수호로 전환되었다. 그 이후에 간석지 이용 방안에 대해 환경보전과 개발계획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시화호 수질정책과정에서 과학기술자들의 참여 양상을 분석한 결과, 정부부처는 초기의 정책 목표를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고자 하기 때문에, 그 목표와 관련된 과학기술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의 방식으로 자문을 의뢰하였다. 반면에 시민단체는 초기의 정책 목표에 구애받지 않으며 환경과학 전공자들을 자문가로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시민단체에 과학적 지식을 제공하는 과학자들은 환경운동에 관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시화호의 해수호로의 정책 변화 과정에는 관련 기관이외에 대학, 연구소 등 외부기관의 과학자들이 참여하였다. 그러나 해수화 된 시화호에 대한 정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도 시화지구 개발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자문가로서 해양학자보다는 토목공학이나 환경공학 전문가들을 선호하였다. 시화MTV 사업에 대한 논의에서 나타난 것처럼, 환경보전과 개발계획 사이에 갈등이 가시화된 최근에는, 과학기술자들의 정책과정 참여 방식에 변화가 있다. 시민단체가 자문을 구할 과학기술자들을 선택하고 그들의 연구 내용, 범위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기술자들의 참여 양상을 시기별로 비교해보면, 환경의식이 높아지고 시민사회가 활성화될수록 시화호 수질정책과정에 참여하는 과학기술자들은 전공, 소속기관 등에서 다양해졌다.
시화호 정책과정에서 과학기술자들의 연구결과는 정책의 내용과 방향을 결정하였다. 하지만 환경가치와 관련이 깊은 문제에서는 드러난 오염사건에서 보다 과학기술자들의 과학적 지식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다. 시화호의 해수호로의 전환은 담수화, 부분담수화, 해수화 등 다양한 대안을 과학적으로 검토한 결과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책변화 시기가 지연된 이유는 정치, 사회적 요인들 때문이다. 즉, 기존의 담수호 정책을 유지하고자 한 한국수자원공사와 담수호 정책 실패의 인정을 회피하려한 정부부처를 가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환경정책과정에서 과학적 지식과 이 지식을 제공하는 과학기술 전문가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이나 과학기술 전문가에 주목하는 연구는 많지 않다. 본 연구의 의의는 첫째, 시화호를 사례로 환경정책과정에서 과학기술 전문가의 참여와 영향을 경험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 있다. 둘째, 시화호 사례는 개발을 우선시하던 1980년대에 시작되어 환경가치와 시민참여에 대한 의식이 성장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환경정책과정과 과학기술자의 관계의 시기별 변화를 살필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은 정책대안들이 경합과정을 거쳐 결정되는데, 과학기술 전문가가 정부부처나 시민단체에 제공한 정책지식을 통해 정책대안이 생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정책과정에서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책과정을 보다 역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정부, 시민단체, 과학기술 전문가에 중점을 두어 환경정책과정을 분석하였기 때문에, 정책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정치적 요인들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