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0시 20분
초록
이 논문은 197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를 중심으로 서서히 고양되어 온 재일 코리안과 일본국적 취득문제를 다룬다. 재일 코리안 사회 내에서는 전후부터 귀화를 비롯한 일본국적 취득문제가 기피되어 왔고, 정면으로 논의되지 않아 방치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로서는 제국신민(帝國臣民)으로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겪었던 재일 코리안 1세들이 가진 일본에 대한 저항감과 강렬하게 본국귀환을 지향하는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일본국적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따라서 1952년 일본정부가 재일 코리안의 일본국적을 일방적으로 박탈하자 일부 재일 코리안 내에서 일본국적의 보유유지에 대한 요청이 있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재일 코리안은 이 부당한 국적박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재일 코리안 사회에서는 재일 코리안 1세로부터 2, 3세로의 세대교체가 진행되었고, 동시에 재일 코리안의 지향도 본국에 대한 귀환주의가 아닌 일본에의 정주성(定住性)으로 바뀌게 되었다. 즉 이 시기부터 재일 코리안의 귀속의식이 원국적이 아닌 일본국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귀속의식의 변화를 증명하는 듯 재일 코리안의 귀화에 의한 일본국적 취득자수는 증가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재일 코리안의 귀화자 중에는 수많은 일본국적 코리안이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일 코리안 사회 내에서는 재일 코리안의 귀화문제를 비롯한 일본국적 취득문제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아 왔다. 그 이유로 다음에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재일 코리안 사회에서는 국적과 민족을 일치하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한국·조선적 코리안 이외의 재일 코리안, 즉 일본국적 코리안을 같은 코리안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일본정부의 귀화가 재일 코리안에게 문화적인 동화까지 요구하고 엄격하게 행정재량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일 코리안 사회 내에서 일본국적 취득에 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일어나기 힘들었고, 따라서 일본국적 코리안의 존재 자체를 무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1985년 일본국적법 및 일본호적법이 개정됨으로써 재일 코리안의 일본국적 취득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어짐에 따라 재일 코리안과 일본국적 취득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논문은 이런 민족성에 입각한 재일 코리안의 아이덴티티와 일본국적 취득의 양립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모색한다.
이 논문에서는 재일 코리안의 민족성과 일본국적 취득의 양립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코리아계 일본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분석했다. 이 개념의 성립 조건을 법ㆍ제도적인 측면과 아이덴티티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며, 민족성에 입각한 재일 코리안의 아이덴티티와 일본국적 취득의 양립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그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법ㆍ제도적인 측면에서는 1985년 국적법 및 호적법의 개정을 중심으로 분석함으로써 재일 코리안은 일본국적을 취득한 후에도 민족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었다. 전후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의 엄격한 동화주의적인 귀화제도와 이의 본질인 귀화요건은 재일 코리안에게 집약적으로 반영되어 있었고, 일본 법무장관의 행정재량적인 귀화허가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면 재일 코리안이 귀화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1985년에 일본국적법 및 일본호적법이 개정됨으로써 재일 코리안에 대한 귀화제도의 동화주의적인 성격이 완화되어 행정재량적인 국적부여 모델로부터 권리로서의 국적부여 모델로 이행하게 되었다. 이 이행요소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첫째, 귀화와 출생에 의한 일본국적을 취득부여가 아닌 신고에 의한 일본국적 취득제도의 도입에 따라 일본정부의 행정재량적인 개입 없이 일본국적을 취득하게 되는 ‘권리’로서의 일본국적 취득이라는 개념이 실현되었다는 점, 둘째, 일본호적법 개정에 따라 일본호적상에 있어서 외국식 이름의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본정부가 귀화 후의 귀화신청자에게 일본식 이름을 강요할 정당한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귀화제도가 동화주의로부터 다문화주의적인 성격으로 이행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귀화의 본질적인 변화가 재일 코리안의 긍정적인 일본국적 취득에 영향을 주었고, 코리아계 일본인의 성립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요인임을 분석했다. 첫째, 1990년대 후반에 들어 재일 코리안만을 한정대상으로 하여 귀화신청에 관한 수속상의 간소화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귀화허가를 위한 신변조사의 삭제와 귀화동기서의 제출면제, 그리고 귀화허가까지의 시간적 단축 등이 그 예이다. 귀화등기의 면제를 비롯한 귀화의 본질적인 요소면제는 귀화의 허가, 불허가에 관한 본질적인 요소의 면제뿐만 아니라 재일 코리안의 귀화에 따른 수속적인 부담과 심리적인 부담을 해소시킨다. 둘째, 귀화 후에의 외국식 이름사용은 재일 코리안의 경우, 귀화 후 민족명의 사용이 제한 없이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일본국적을 취득한 후에도 민족성의 유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일본의 동화주의에 입각한 행정재량적인 귀화제도의 변화는 코리아계 일본인 성립에 불가결한 법ㆍ제도적인 조건이다.
그리고 아이덴티티적인 측면에서는 재일 코리안의 민족성에 입각한 아이덴티티 요소로 ‘국적’과 ‘민족명’, ‘민족 언어’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구체적으로는 각 요소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첫째, 국적 요소에서는 재일 코리안의 귀속의식을 국적을 귀속의식의 대상으로 살펴보았는데, 한국·조선적보다 일본국적을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민족성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국적은 이제 재일 코리안의 민족성의 표현을 의미하지 않지만 귀화에 의해 일본국적을 취득한 후에 오히려 민족성의 회복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일본국적 취득과 긍정적인 민족성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민족명 요소에서는 세대가 젊을수록 민족명을 사용하는 사람이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것은 재일 코리안의 젊은 세대는 일본에 동화함으로써 민족성을 상실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기존의 인식과 크게 괴리가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셋째, 민족 언어 요소에는 언어 습득에 민족성을 표현하고 개인선택에 의한 재일 코리안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즉 개인선택에 입각한 민족성의 확대에 의하여 다양화된 재일 코리안의 아이덴티티와 민족성의 양립을 유지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를 실제의 개인사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여기에서는 귀화가 반민족적인 행위라는 인식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일본국적을 취득하면서도 민족성에 입각하여 자신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갖추고 있는 코리아계 일본인이 존재함을 개인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아직 재일 코리안 사회 내에서 일본국적 취득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일본국적 코리안은 재일 코리안 공동체에서 이탈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본국적을 취득한 코리안, 즉 코리아계 일본인이 향후 전체 재일 코리안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할 것이 예상되므로 미래의 재일 코리안 사회는 그들을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리아계 일본인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일 코리안 사회 자체 내에서 일본국적 취득을 둘러싼 생산적인 논의가 활발해져야 하며, 특히 재일 코리안 지식인이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의식변혁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인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권리’로서의 일본국적 취득에 관한 담론, 또는 ‘코리아계 일본인’에 관한 담론도 최근에 들어 보다 활발해지며 능동적으로 재일 코리안의 일본국적 취득을 검토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리’로서의 일본국적 취득에 관한 담론에 보인 권리행사를 목적으로 일본국적을 취득하여 정치적인 발언권을 가지고자 하는 논리는 민족성과 국적을 구별하며 재일 코리안의 존재를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