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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화학공장을 둘러싼 위험인식과 사회갈등: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

2016년 10월 07일 10시 18분


초록

본 논문에서는 “왜 과거와 비슷한 화학공장의 사고가 오늘날 더욱 심각한 사회갈등을 초래하는가?”라는 연구문제를 제기한다. 이 질문에 대해 본 논문에서는 첫째, “위험에 대해 사람들이 민감해지고 인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갈등의 표출이 과거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라고 가설을 설정하였다.

위험문제로 촉발된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대부분의 연구들은 합리적인 위험관리방안과 갈등조정제도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그 제도가 비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호응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위험문제에 대한 국내외 인식과 상황이 급변하고, 서구 위험사회론이 수용되고 한국사회의 위험이 다각도로 평가되는 등 위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기존에 간과되었던 중요한 측면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 사회갈등의 직접적인 원인 외에도 그것의 전개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위험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역사적으로 증폭되는 과정을 다양한 수준에서 탐색하였다.

일반적으로 위험문제로 인한 사회갈등의 전개과정은 ①위험사건(event)으로 인해 이해갈등이 발생하는 갈등의 발생단계, ②이해갈등집단이 이해당사자화되고 집단적/조직적 대응이 일어나는 갈등의 표출단계, ③협상/중재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면서 상황이 종료되는 갈등의 해소단계로 이루어진다(삼성경제연구소, 1997에서 수정인용). 하지만 사회갈등의 역사적 증폭과정은 ①불만과 미해결된 갈등이 존재하고 있고 이해갈등집단이 이미 집단적/조직적 이해당사자화 되어있는 갈등의 잠재단계, ②사건(triggering event)이 발생함에 따라 잠재해있던 갈등이 분출되는 갈등의 재발단계, ③기존에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다시 제기되고 협상/조정의 실패가 반복되는 갈등의 증폭단계, ④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됨에 따라 미래의 갈등/불안요인으로 축적되어 더욱 고조된 갈등으로 잠재화되는 이어지는 갈등의 장기화단계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증폭과정은 단일사건의 전후 상황변화와 역사적 맥락에서 발견된다.

여수지역은 역사적 비교분석을 위해 좋은 사례를 제공하고 또한 한국사회의 사회갈등의 증폭과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여수산단에서 발생하는 사고/오염의 위험’은 지난 수십 년간 산단과 지역사회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이었다. 오랜 기간동안 갈등이 반복되고 장기화됨에 따라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존에 해결되지 못한 갈등과 문제들이 다시 제기되고 축적/심화되어온 것이다. 그리하여 여수지역의 갈등은 국가와 산단이라는 개발진영과 산단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주로 비경제적인) 피해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지역사회진영으로 첨예하게 양극화되었고, 그 이면에는 제 집단 사이의 경쟁과 잠재적/암묵적 갈등이 복잡하게 구조화되어있다.

이에 본 논문은 여수산단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이를 둘러싼 여수지역의 사회갈등이 한국사회의 갈등양상에 비추어 어떤 점에서 보편성을 공유하는지, 그리고 어떤 점에서 특수한지를 살펴보고 있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사회갈등이 급격히 증폭됨에 따라 1990년대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각각 대표할 수 있는 사례를 선정하여 여수산단의 사고/오염의 위험이 사회갈등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비교분석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두 시대의 사회갈등은 유사한 구조를 따라 전개되지만 차이점도 매우 크다. 이러한 차이점과 그 원인을 제3장과 제4장에서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가설1에 따라 위험의 인식 차원에서 사회갈등의 증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그 효과를 살펴보았다. 위험에 대한 한 개인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은 그것이 개인에게 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분석틀에서 명시한 다섯 가지의 수준, 즉 객관적, 심리적, 문화적, 제도/조직적, 사회적 수준으로 나눌 수 있다. 같은 수준에서도 각 요인별로 서로 다른 효과를 가질 수 있고 또한 한 요인이 경우에 따라 상반된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 이처럼 각 요인과 그 효과를 검토함으로써 위험에 대한 인식이 집단별, 시대별로 왜, 그리고 어떻게 차이가 발생하는지 밝힐 수 있다. 1990년대 이전의 사회갈등에는 대부분 객관적인 주민피해가 존재했으나 1990년대 이후의 사회갈등에서는 주민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지만 주민들의 요구수준은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일반인의 위험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각 요인별로 여수지역의 주된 갈등 당사자인 산단 직원과 주민의 위험인식을 비교하였다.

제4장에서는 가설2에 따라 사회갈등이 전개되고 1990년대 이후 증폭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요인 자체가 변화하면서 사회갈등의 전개/증폭과정에 시대에 따라 다른 영향을 준 경우도 있는 반면에 1990년대 이전과 이후 일정하게 유지되는 요인을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증폭시킨 경우도 있다. 또한 갈등양상이 복잡해진 것, 정부의 조정/중재능력이 약해진 것 등은 위험인식의 측면에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므로 이에 대한 폭넓은 조명이 필요하다.

이처럼 위험문제를 둘러싼 사회갈등이 1990년대 이후 증폭된 요인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위험의 인식의 측면(제3장)에서, 위험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수준과 불안감이 고조되었고 집단간 위험인식의 차이가 사고/피해경험 반복, 불신, 갈등 축적 등으로 이어짐에 따라 잠재된 갈등과 불만이 꾸준히 높아졌다. 그리고 사회적 여건의 측면(제4장)에서, 산단에 대한 불안/불신/불만이 높아지고, 잠재된 갈등의 집단적/조직적 표출이 용이해지고 확산되며, 갈등양상이 복잡해지고, 사회갈등의 조정능력이 약화됨에 따라 과거와 비슷한 사회갈등의 전개구조 속에서 과거와는 다른 증폭된 갈등양상이 전개되었다.

끝으로, 본 논문은 위험으로 인해 사회갈등이 전개/증폭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다섯 가지 수준(객관적, 심리적, 문화적, 조직/제도적, 사회적 수준)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러한 분석틀을 적용한 것은 위험에 대한 기술적 접근, 사회심리적 접근, 문화이론, 조직론 등 다양한 이론들의 설명력을 통합하여 위험을 둘러싼 사회현상을 폭넓게 분석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SARF(Social Amplification of Risk Framework)는 여러 이론 간의 불일치를 극복하고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위험에 성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고안된 통합 패러다임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본 논문의 분석에서 여러 이론적 자원의 통합을 시도한 분석틀이 여러 이론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특히 심리적 이론과 문화이론 간의 불일치(disjuncture)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병렬식으로 처리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문제는 향후 더 많은 사례분석을 통해 극복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