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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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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한국 '공황' 국면의 정치변동, 1996-1997: 지배블럭의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

2016년 10월 07일 10시 15분


초록

  이 논문은 1996-1997년 한국 공황 국면의 정치변동 및 그 과정에서의 지배블럭의 헤게모니 프로젝트에 관한 연구이다. 정치-경제의 상호 관련이 주어진 국면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실마리이고, 더욱이 공황 국면의 경우 이러한 측면이 특히 부각됨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후보의 집권에 관한 그간의 연구들은 이를 순수하게 ‘정치적인 것’으로, 혹은 정치-경제의 기계적인 연관으로 국한하여 바라보았다. 이 논문은 공황 국면의 사회적 성격에 주목하여, 1996-1997년의 한국의 정치변동에 있어서의 정치-경제의 상호 관련성을 복원하려 하였다. 구조적 계기로서의 자본의 위기, 계급투쟁, ‘국가’의 위기 등이 정치적 행위자에게 미친 영향 및 그 결과로서 재배치된 지배블럭의 전략의 상호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공황 국면의 정치변동의 양상과 그 함의를 밝히고자 하였다.

  첫째, 자본의 위기는 계급투쟁, 지배블럭의 재배치, ‘국가’의 위기라는 계기들을 통해 지배블럭의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가져왔다. 자본은 축적과 재생산의 위기에 직면하여 새로운 전략들을 강구하였고, 그 요지는 노동에 대한 규제를 통해 노동비용을 경감하는 것이었다. 자본의 이러한 전략들은 국가의 조정, 특히 노동법이라는 제도를 통해 구체화되었으며, 이는 노동의 광범위한 저항을 낳았다. 1996-1997년의 총파업은 자본의 위기에 대한 국가의 사회적 조정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자본 뿐만 아니라 국가를 투쟁의 대상으로 삼았고, 따라서 국가의 정당성에 ‘충격’을 가하였다.

  담론의 측면에서, 총파업 투쟁의 주체들은 스스로를 ‘국민’이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며, 이는 장차 있게 될 헤게모니 프로젝트의 ‘대중적-국민적’ 성격을 위한 주요한 전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들은 ⅰ) 역으로 사회적 저항을 불러와 국가의 헤게모니 위기를 가져왔으며, ⅱ) 위기를 확장시켜 공황이 금융공황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자본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로 전환되었다. 정치적 지배블럭은 이러한 조건들에 적응․생존하기 위해, 그리고 선거국면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해 스스로를 재배치하였다. 그리고 사회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헤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둘째, 김대중 후보의 당선은 자본의 위기, ‘국가’의 위기라는 구조적 계기와 김대중 후보 진영의 헤게모니 프로젝트간의 상호작용의 산물이었다. ‘국가’의 위기는 한나라당(신한국당)의 사회적 책임을 제기하였고, 그들은 경쟁 세력의 공격에 직면하여 정치적으로 수동적인 위치로 전락하였다. 따라서 헤게모니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구조적 위치에서 야권연합은 집권당보다 우세한 지위를 점할 수 있었다. 또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의 전략성, 축적과의 관련성에서, 김대중 후보 진영의 헤게모니 프로젝트는 이회창 후보 측의 그것보다 우월하였다.

  ‘국가’의 위기 상황은 대중들을 ‘국민’이라는 ‘보편적’ 이해의 당사자로 결집시켰으며, 김대중 후보 진영은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상대편 후보의 취약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후보 자신의 자질을 부각시켰다. 이것은 ‘국가’의 위기를 초월적 위기로 제기하면서, 자신의 단점을 중화시키려 한 이회창 후보와는 차별적이었다. 또한 김대중 후보는  ‘깨끗한 정치’의 이미지 외에 축적을 위한 청사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이회창 후보 측과 달리, ‘건설’과 ‘안정’의 이미지를 중첩시키면서 이를 상징의 수준에서 제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셋째, 이러한 김대중 후보 진영의 헤게모니 프로젝트의 성공은 잠정적인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지배블럭의 헤게모니는 현존하는 사회적 관계의 전면적인 변형을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이를 완전한 헤게모니로 볼 수는 없다. 지배와 동의가 불완전하게 결합되어 있는 제한된 헤게모니 개념을 염두해 두더라도, 이러한 헤게모니의 작동에는 대중 전체 혹은 일부에게 물질적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 패러다임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김대중 후보 진영의 헤게모니 프로젝트의 최종적 성공은 집권기를 통해 구체화된 정책 패러다임의 형태, 그리고 제반 사회세력들이 이를 매개로 형성하는 관계의 형태를 통해 결정된다.

  이 논문은 정치-경제의 상호 연관 및 공황 국면의 이론적 중요성 외에도, 몇가지 실천적 함의들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이 논문은 계급들 및 사회세력들간의 투쟁을 특정 국면의 사회변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의 핵심적 위치로 설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논문은 개별 국가의 수준이든, 세계적 수준이든 공황 이후 나타난 사회적 조직형태들의 분석의 출발점이 공황 국면 당시의 그 사회의 구조, 주요 계급 및 세력들의 상호관계 및 이들과 결부된 국외적 변수들이어야 함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의 문제에 한정했을 때, 이 논문은 헤게모니 프로젝트라는 개념적 도구를 활용하여 김대중 정권의 집권을 ‘보편적’ 헤게모니로 이해하는 것에 근거한 평가들을 부정하고 있다. 15대 대선을 통해 김대중 후보가 보인 국민적-대중적 성격은 ‘국가’의 위기라는 계기적 조건 아래에서 지배블럭의 ‘특수’한 이해가 ‘보편’적 이해로 현상한 것에 불과하다. 특히,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김대중 정권은 계급적/지역적 분할에 입각한 제한된 헤게모니에 의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