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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마당극의 세계관과 상징구조 변화에 관한 연구-

2016년 10월 07일 10시 14분


초록

이 논문은 마당극의 세계관과 상징구조 변화에 관한 예술사회학적 연구이다. 마당극의 발생과 형성을 둘러싼 사회적 제조건, 마당극 작품의 내적인 구조, 마당극에 나타난 ‘민중’과 ‘민족’이라는 상징의 변화체계를 각각 형성구조, 의미구조, 상징구조로 명명하여 이 세 측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마당극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세 가지 구조들은 마당극에 대한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을 통한 총체적 분석을 가능하게 하며 이러한 다양한 구조로의 접근을 통해서만이 비로소 마당극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구조들은 그 자체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와의 연관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며, 즉 마당극이 발생하고 형성되는 사회와의 ‘상동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분석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마당극의 형성구조에 대한 분석이다. 마당극에서 보여지는 ‘민족적 형식’과 ‘민중적 내용’은 당시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 속에 나타난다. 즉, 한국사회에서 4월 혁명을 시발로 하여 무르익은 60년대의 민족주의는 마당극에서 형식으로서의 민족주의를 이루는 토대가 된다. 이어 1970년대 한국사회의 민중지향적 사회운동은 마당극이 민중의 고통스런 현실을 고발하는 기능을 하도록 하며 민중에 관한 연극을 공연하도록 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다. 즉, 마당극의 형성구조는 60년대 한국사회의 민족주의를 그 형식으로, 70년대 한국사회의 민중주의를 그 내용으로 한다. 형식과 내용의 단단한 결합으로 발생한 한국적 연극으로서의 마당극은 당시 사회와의 상동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마당극의 형성구조를 분석하는 작업은 곧 당시 사회구조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둘째, 마당극의 의미구조에 대한 분석이다. 의미구조 분석은 마당극의 서사구조, 마당극에 등장하는 인물, 그리고 마당극에 나타나는 세계에 대한 분석으로 이루어진다. 마당극은 민중지향적 연극으로서 민중을 그 주체로 하는 연극이다. 따라서 마당극은 기본적으로 ‘열린 구조’를 지향한다. 마당극에서는 관객들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열린 구조를 통해 관객들이 언제든지 들어오고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열린 구조는 극의 흐름을 예측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쉬운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오히려 연출자가 기획한대로 극이 진행되도록 하며 따라서 일정정도 제한된 열린 구조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즉, 이는 전적으로 개방된 것이 아닌 계획된 것이다.

마당극은 민중을 그 주체로 하기 때문에 소외받는 집단적 민중계층을 주로 다루고 있다. 민중계층은 결함이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러한 훼손된 인물들을 통해 마당극은 당시 소외된 민중들의 처절한 현실을 극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마당극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강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이를 극복하고 좀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민중들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따라서 마당극의 서사와 인물은 이러한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또한 민중에 의해 희화화되고 풍자되는 현실이다. 그 속에서 민중은 우스꽝스러운 인물을 내세우고 또한 현실을 웃음거리화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현실변혁 혹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강한 열망은 라블레가 중세 민중문화를 통해 보여주었던 민중들의 “유토피아적 세계관”과 비슷한 맥락에 놓여져 있다. 현실을 지양하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이 둘은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으나, 마당극의 민중적 세계관은 한국적 전통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마당극의 상징구조에 관한 분석이다. 우선, 마당극에서의 ‘마당’은 열린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징성은 당시 사회의 폐쇄성과 권위주의적인 성격과 대비되어 더욱 뚜렷이 부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당극의 상징구조가 각각 ‘민중’과 ‘민족’을 큰 축으로 하여 구성되었다는 사실이다. 마당극이 발생하고 활발하게 공연되었던 80년대 중반까지 ‘민중’은 그 내용을 구성하며 ‘민족’은 그 형식을 구성한다. 그러나 점차 민중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사라지고 민족에 대한 담론이 구성되기 시작한다. 사회적 담론의 내용이 민중이 아닌 민족으로 바뀜에 따라 마당극에서도 이제 민족을 형식이 아닌 내용으로 다뤄야 할 필요성에 직면한다. 이러한 시대적 부름에 따라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마당극은 그 명칭을 민족극으로 바꾸게 된다.

그러나, 마당극에서 민족극으로의 이행은 결국 실패한다. 민족극으로의 전환이 마당극의 자발적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닌 시대적 요청에 의한 수동적 적응의 성격을 띰으로서 마당극에서 민족극으로의 이행에 결정적인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즉, 마당극은 민족을 내용으로 다루지 못하고 여전히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내세우며 마당극과 민족극 사이에 어떠한 차별성도 보여주지 못한다. 이처럼 마당극의 민족극으로의 전환은 실패하게 되는데, 때문에 마당극에서의 민족주의는 결국 민족의 내용을 채우지 못함으로서 “형식 민족주의”에 머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