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0시 14분
초록
본 연구는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부유층의 주거지가 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사회계층간 거주공간 분화의 양상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즉, 이전에는 계층간의 거주공간을 아파트 단지나 동(洞), 구(區) 등 행정구역 상의 수평적인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초고층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등장함으로써, 수직적인 형태의 거주공간 분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밝혀보았다.
아파트가 도입된 이래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의 주택유형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급속히 변화해 왔으며, 이 결과 아파트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택유형이 되었다. 1970년대 서울 강남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하는 아파트 단지의 조성, 1980년대 목동, 상계동 등지의 아파트 개발과 5개 신도시 개발 등으로 아파트가 확산되기에 이르는데, 강남개발 이후 한강 이남 지역에서 정부주도로 아파트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집중 공급됨에 따라 중산층의 강남이주가 대거 이루어졌고, 이후 중산층의 생활양식과 아파트가 서로 결합하면서 아파트는 중산층의 대표적인 주거유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즉 중산층 중심의 아파트 건설과 함께 중산층과 비중산층 간의 거주공간 분리가 이루어졌다. 본 연구는 이렇게 아파트를 중심으로 중산층과 비중산층의 거주공간 분화가 일어난 1990년대 후반까지의 거주지 분화 양상을 수평적 분화의 개념으로 파악하였다. 계층간 혼재되어 있던 거주공간이 아파트의 도입과 확산에 따라 분리되어 나간 이 시기는, 계층간 거주공간이 아파트 단지나 행정구역 등의 경계 정도로 구분할 수 있는 수평적인 공간 분화의 시기였다.
그런데, 90년대 후반 아파트의 고급화ㆍ대형화 추세가 극대화된 형태에서 ‘초고층’의 형태가 더해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새롭게 등장하였다. 이러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은 좋은 입지조건, 고급 마감재의 사용, 철저한 관리서비스 등으로 인해 고소득계층의 주거공간이 되었는데, 수익성 있는 사업을 모색하던 건설업체들이 주상복합건축물에 대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이용하여 부유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인데다, 기존의 아파트가 노후화되어 잠재된 수요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출현은 이미 수평적으로 거주공간의 분리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가시성’과 ‘배제성’의 특징을 지닌 ‘수직적 분화’의 양상이 새롭게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즉, 수직적 분화는 사회계층간의 위계가 건물의 높이라는 수직적인 형태로 가시화되어 나타나며, 철저한 보안시설과 내부의 상가,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인해 타계층ㆍ비거주민을 배제시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수평적 분화가 단순히 거주공간의 분리를 의미한다면, 수직적 분화는 그러한 분리가 심화되고 더욱 공고화되며,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달동네나 판자촌과 같은 도시빈민의 주거가 밀집되어 나타났으나, 이제는 부유층의 주거가 초고층의 형태로 가시성을 띠고 나타나고 있다. 이는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고소득 계층이 집단화 되었으며, 예전과 달리 부(富)를 드러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즉 거주공간의 수직적 분화는 달라진 사회성격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사회현상의 하나로서, 이는 계층의 고착화를 유지하고 확대시키는 사회계층별 거주공간의 분화가 더욱 심화된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