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0시 12분
초록
과학문화와 인문문화의 차이와 대립이라는 ‘두 문화’의 문제제기는 반세기 동안 논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연구는 거의 행해지지 않은 과학사회학의 미답(未踏) 영역이다. 이 논문은 과학문화의 전형인 경성과학으로서의 물리학과 과학-인문문화 사이에 있는 연성과학으로서의 사회학의 인용패턴을 비교함으로써 ‘두 문화’에 대한 과학사회학적 논의를 풍성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즉, 이 논문은 경성과학과 연성과학의 인용패턴 차이에 대해 제도주의와 구성주의 간에 ‘이론적’ 수준에서 대립되어 온 설명과 논쟁을 ‘경험적’ 수준으로 확장하려는 과학사회학적 연구이다.
이 논문이 발견한 주요 내용들을 두 개의 연구 질문에 따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물리학은 사회학에 비해 저자의 속성과 무관하게 논문의 내용과 질에만 의존하는 인용패턴을 나타내는가? 그 대답은 “아니오”이며, 물리학도 사회학과 마찬가지로 전임 여부라는 저자의 속성에 따른 인용패턴과 심사패턴이 나타남이 발견되었다. 이는 제도주의의 설명이 현실정합하지 못하며 구성주의의 설명이 타당함을 뜻한다. 즉, 연성과학은 물론이고 물리학으로 대표되는 경성과학 조차도 사회적 관계와 영향력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 배경과 맥락 위에서 지식을 생산함을 의미한다. 덧붙여, 사회학에서만 박사학위 취득지역이 미국이냐, 비(非)미국이냐에 따른 상호 배타적인 인용패턴이 발견되었다. 이는 연성과학의 특성임과 동시에, 한국의 사회학 공동체에 미국박사냐/비(非)미국박사냐에 따른 패러다임 균열과 갈등, 계층화, 닫힌 네트워크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둘째, 물리학은 사회학에 비해 최근의 연구성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용패턴을 나타내는가? 그 대답은 “예”이며, 물리학은 사회학에 비해 최근 연구성과의 인용비율의 평균이 더 높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밝혀졌다. 즉, 구성주의의 설명이 경험적으로 현실적합하지 않으며, 제도주의의 설명이 타당함을 의미한다. 즉, 경성과학인 물리학은 연성과학과 달리 코드화의 정도가 더 크고 그에 따라 최근 연구성과의 질에 대한 합의가 쉽기 때문에, 최근 연구성과를 더 많이 인용하며 기존의 지식을 새로운 지식으로 바꾸어가는 지식의 축적적 성격이 나타난다. 이 두 가지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살펴보면, 물리학으로 대표되는 경성과학이 비록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학문이라는 차원에서는 연성과학과 동일하더라도, ‘지식의 속성’과 ‘축적적 발전’이라는 차원에서는 연성과학과 다른 특수성을 가짐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이 논문의 연구결과는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과학사회학적 의의를 갖는다. 첫째, ‘두 문화’에 대한 길었던 연구의 공백기를 깨고, 인용패턴의 차이를 중심으로 ‘두 문화’에 대한 과학사회학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는 것이다. 둘째, 경성과학과 연성과학의 인용패턴 차이에 대한 제도주의와 구성주의의 상이한 ‘이론적’ 수준의 논쟁과 대립을 ‘경험적’ 수준으로 확장해 분석 및 검토하였다는 것이다. 셋째, 경성과학과 연성과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저자 지위와 최근 연구성과에의 의존정도라는 두 가지 수준에서 과학사회학적 시각을 가지고 입체적으로 규명하였다는 것이다. 넷째, 과학사회학의 양대 이론틀인 제도주의와 구성주의 과학사회학은 어느 하나가 전적으로 옳고 다른 하나는 전적으로 옳지 않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논의의 차원에 따라 상이한 설득력을 가지는 상호보완적 시각임을 밝혔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연구의 과제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제안해 볼 수 있다. 첫째, 이 논문은 제도주의와 구성주의라는 과학사회학의 양대 이론틀의 수준에서 한국의 물리학과 사회학의 인용패턴을 비교하였지만, 향후 연구에서는 미국, 일본 등과의 국제적 비교연구를 통해 한국적인 두 문화의 인용패턴 특성을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이 논문은 과학문화와 경성과학으로서의 물리학, 과학-인문문화 사이의 연성과학으로서의 사회학을 연구대상으로 택하였는데, 차후의 연구대상은 인문문화로의 확대는 물론 과학문화와 인문문화 내에서의 분과학문 연구로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 논문은 분과학문 수준에서 인용패턴에 대한 두 문화 사이의 비교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앞으로는 세부전공 수준에서의 인용패턴 연구도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