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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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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일-가족 연계: 사회 연결망을 통한 일-가족 전이에 대한 연구-

2016년 10월 07일 10시 04분


초록

이 논문은 개인을 사이에 두고 직장과 가족이라는 상이한 두 공간이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사회 연결망 개념을 이용하여 일-가족 전이 현상을 분석한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은 직장과 가족이라는 두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서로 상이한 성격을 띠는 이들 두 공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현대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가족 연구는 이론적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져 그 연구결과들이 일관적이지 못했다. 특히, 성별에 따른 차이는 기존의 대부분의 연구에서 중요하게 분석되어 왔으나, 연구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일-가족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성별에 따른 일-가족 상호작용의 양상을 드러내고자 했다.

  직장과 가족이라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일상적인 두 공간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대한 관심은 주로 가정학, 경영학, 심리학 등 실용학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들 학문에서는 일의 영역과 가족의 영역이 추상적 실체로서 존재하며 서로에 대해 영향력을 가진다는 영역중심적 시각과, 합리적 개인의 선택에 따라 일-가족 관계가 결정된다는 시각 등 두 가지의 시각에서 일-가족 관계를 설명해왔다. 이는 양 극단에서 일-가족 관계를 분석하는 것으로 직장과 가족이 상호작용하는 양상을 추상적 차원에서, 혹은 개인적 차원에서 주어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논문은 위와같은 기존의 시각들에서 벗어나, 사회 연결망 이론을 이용하여 일-가족 관계를 집단과 개인 사이의 동적인 관계로 해석한다. 사회 연결망 이론에서, 개인과 집단은 서로 이중적, 쌍대적인 관계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한 개인이 어떤 집단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동시에, 그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여러 집단은 그 사람을 통해서 서로 연결된다. 따라서 개인이 직장 및 가족에 속하는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직장과 가족이라는 두 집단을 연결하고, 동시에 이들 두 집단 사이의 상호작용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듯 직장과 가족 간의 관계는 개인 행위자를 통해서만 매개될 수 있으며, 이 행위자는 직장과 가족에 포함된 여러 다른 행위자들과의 관계망을 통해서 두 공간을 연결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개인 행위자의 사회 연결망은 두 집단(직장과 가족) 사이에 인터페이스를 형성하고, 이 인터페이스에서 직장과 가족은 상호작용한다.

  이처럼 한 개인이 직장과 가족의 다른 구성원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일-가족 인터페이스를 통해 살펴보면, 일-가족 전이 현상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연결망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즉, 개인 행위자의 연결망 내에 가족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 겪는 일-가족 전이는 직장 사람들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와 다르다. 기혼 직장인 330명(남성 260명, 여성 70명)을 설문조사하여 분석해본 결과, 전자의 경우에는 가족에서 비롯하는 효과가 직장으로 전이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직장에서 가족으로 전이가 일어난다. 이러한 결과는 일-가족 인터페이스 통한 이론적 예측을 뒷받침한다.

  나아가 사회 연결망의 특성과 성별을 함께 고려했을때, 일-가족 전이 양상은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여성과 남성 모두 자신의 사회 연결망의 특성이 가족중심적인 경우에는 가족에서 직장으로의 전이가 나타나고, 반대로 직장중심적인 경우에는 직장에서 가족으로의 전이가 나타난다. 그러나 가족중심적인 연결망을 가진 여성은 가족에서 직장으로 부정적인 전이가 나타나는 반면, 가족중심적인 연결망을 가진 남성은 가족에서 직장으로 긍정적인 전이가 나타난다. 또한, 직장중심적인 연결망을 가진 남성은 직장에서 가족으로 부정적인 전이가 나타나는 반면, 직장중심적인 연결망을 가진 여성은 직장에서 가족으로 긍정적인 전이가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부여하는 성역할에 따라, 남성들은 비록 가족에 연결망의 중심이 있더라도 직장으로의 부정적인 전이를 거부하는 직장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여성들은 비록 직장에 연결망의 중심이 있는 경우라도 가족으로의 부정적 전이를 거부하는 가족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일-가족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이 일차적으로 사회 연결망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성별에 따라서 그 상호작용의 내용이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논문은 일-가족 연구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관계적’, ‘통합적’ 시각에서 일-가족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것으로서, 사회 연결망을 통해 일-가족 관계를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성별에 따라 다른 일-가족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은 여성이 직장에서 직면하는 어려움들이 단지 직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일-가족 상호작용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하는 것임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