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09시 57분
초록
본 연구에서는 조직의 구성이나 관습, 평가방식 등은 본질적이고 불가피한 것이라기보다는 조직 내 구성원들간의 권력관계와 연관된 구성적 결과라는 점을 전제로, 경찰조직에서 남성적 가치가 보다 중시되고 남성 중심성이 재생산되는 기제와 이를 통해 여경이 주변화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경찰 조직에서의 여경은 꾸준히 그 정원이 증가해 왔고, 여경이 담당하는 업무 역시 꾸준히 확대되어 왔으며 더 이상 조직 내에서 여성이라고 해서 승진이나 보직에 차별을 받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경찰 조직에서는 남성적 가치가 보다 중시되고 있으며 여경은 주변화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조직 내 남성 중심성을 크게 ''몰성(沒成)적 부분''과 ''성별(性別)화된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몰성적''이라는 것은 ''성에 무관심한'', ''성별에 상관없는'' 업무 방식이나 조직 문화를 뜻하는 것이지만 조직에 있어 정치적 선택과 변화의 개념을 적용시킨다면 경찰 조직의 내·외부에서 주요업무라고 여겨지는 것이나 ''경험''이라고 규정되는 것들은 남성 편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실제 제한된 부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힘의 사용이나 강함의 가치와 관련된 업무가 경찰의 대부분이자 주요 업무로 여겨지는 현상은 경찰의 주요업무는 남경에게 보다 적합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을 결과했고 역으로 남경이 많거나 남성적 직무 행태를 보이는 업무는 경찰의 주요업무로 여겨지게 하였다. 또한 업무에 있어서의 ''경험'' 역시 남경이 많은 근무 부서의 경험만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정의하고, 여경이 많은 근무 부서의 업무는 단순한 지식이나 단순업무의 반복작업, 일회적 대민 업무 등으로 규정함으로서 남경이 많은 부서에의 여경배제를 ''경험 부족''으로 인한 능력에 의한 차별로 정당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경험''이 필요 없다고 여겨지는 여경다수 부서의 업무를 대체 가능한 업무로 인식되게 함으로서 해당 부서의 업무를 더욱 ''단순작업화''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조직 내 남성중심성은 여성의 육아 및 가사 노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무시간 및 근무형태, 그리고 정보의 차단으로 인한 업무상 저평가 및 조직 내 여경 소외를 결과하는 네트워크의 남성화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었다.
반면 ''성별화된 문화''는 경찰 조직 내 업무나 부서에 있어서의 성별 분업적인 측면이나 의식적 측면에서의 구분을 뜻한다. 경찰조직에서는 여경 배려의 차원에서 일반 남자경찰과는 달리 근무시간을 일근 근무를 지정하는 것과 같은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또한 여경인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존의 남성적인 부서에 여경을 배치하기보다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한 가시적 효과를 위해 특정 부서 또는 특정업무에 여경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 조직의 여경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남성과 여성을 기본적으로 다르며 그런 만큼 여성의 처지를 보상하고 가치를 평가해 그들의 조건에 적합한 다른 처우를 해야한다는 시각에 기반한 것이기는 하나, 이러한 접근은 ''같음''과 ''다름''을 재는 척도는 남성이고 여성은 얼마나 남성과 흡사한가 또는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가에 따라 측정되는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권력의 중심을 이루는 대다수의 남경과 소수의 예외적 여경을 양산하였다. 이러한 여경에 대한 처우는 기본남경에 비해 ''차별'' 적이거나 ''우대'' (보호)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반드시 정책이라는 제도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른 존재'' ''예외적인 존재''로서의 여경을 보는 남경들의 시선은 여경을 경찰 내 ''기름''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이러한 남성조직문화 속에서의 여경은 스스로를 남성화시켜 그들과 같아지려고 하거나, 조직의 배려를 받아들임으로서 ''예외적인 존재''로 남아있어야 했는데 이는 종종 조직 내 여경의 소외현상을 결과하거나 여경간의 반목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여경을 주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조직 내 양성관계가 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존의 남성 중심적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여경들의 경험이나 업무방식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정책적으로는 업무나 조직문화에 있어서 여성적 가치를 모색하고 경찰 조직의 남성 중심성을 강화시키는 요인을 제거함으로서 남녀경찰관이 성별에 관계없는 보직이나 인사배치 및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인원 확충을 통한 근무형태의 변경 및 근무시간 축소가 필요하고 둘째, 입직 기회를 남경과 균등하게 제공하는 채용제도의 변화가 필요하고, 셋째, 조직의 체계화를 통한 여경의 임시적 동원 및 가시적 배치를 지양해야 하며, 넷째, 실적중심 평가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