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소개교수진학부대학원게시판상백자료실
상백자료실

학위논문목록

학위논문목록

[2007] 빈곤 청소년의 하위계급 형성과정: 사회적 고립과 빈곤 재생산-

2016년 10월 07일 10시 27분


초록

영구임대주택은 무허가 주택 재개발 사업이 대다수 종료된 시점에서 대표적인 저소득층집단거주지역이다. 노태우 정권은 1988년 소득증가로 주거 향상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크게 증대된 반면 서민의 주택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주택 200만 호 건립 계획을 시행했다. 200만 호 건설 정책 중에는 빈민의 주거권의 안정을 위한 명목으로 25만 호의 영구임대주택 건설이 포함되어 있었다(서수정 외, 2004). 노태우 정권은 주택 200만호 정책이 “경제성장에 따른 효과를 분배와 복지에 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며(김수현, 2002), 이것이 주거복지의 획기적인 변화라고 주장했다. 영구임대주택은 주거가 불안정한 도시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되기 때문에, 사회 복지적 의미가 주택정책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한국도시연구소, 1995).

하지만, 영구임대주택정책은 필연적으로 보다 근본적인 사회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계급적인 측면에서 도시 저소득층이 집단으로 거주함에 따라 일종의 계급적 분리현상을 겪게 되며, 이에 따라 빈곤층은 기회의 구조에서 배제되게 된다. 특히 영구임대주택 거주 청소년의 삶을 들여다보면, 정부 정책의 기조와는 다르게 이 지역에서의 거주가 결코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맥락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구임대주택은 점차 높은 실업률, 알콜 중독, 폭행 등의 사회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문제 지역’ 혹은 ‘피해야할 지역’이 되고 있다.

청소년기 도시빈곤층의 집단 거주 경험은 또래집단, 교육, 빈곤문화, 복지라는 변수가 다차원적으로 연결되는 동적인 과정이다. 여기서 청소년기를 강조하는 것은 아동기를 거쳐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도시빈곤층 청소년들이 자신의 계급적 위치를 파악하고, 혹은 계급적 위치를 답습할 수 있는 시기인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험하는 빈곤은 구조적 맥락에서 고립과 배제로 점철된 낙인과 차별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계급성을 깨닫고 습득해가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공간’의 요소는 중요하게 관찰된다. 빈곤 청소년의 경우 실제로 안정적 삶과 계급 이동을 바라지만, 그들이 처한 환경은 이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이들은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기 때문에 주류사회로부터 차별을 당하게 되고, 이를 통해 그들 특유의 문화적 특성을 체화하고 이를 통해 빈곤의 재생산 과정으로 편입되게 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은 이러한 지역적 차별과 고립 혹은 배제에 대하여 복합적인 방식으로 간파(penetration)하고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정의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 빈곤 재생산 과정은 매우 역동적이다. 즉 빈곤은 단절된 세대에서 나타나는 단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세대를 통해 전승되는 지속적인 현상이며, 정적이기 보다는 동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본 연구는 중랑구 OO동 영구임대아파트 A단지를 사례로 청소년들의 하위계급 습득의 과정을 그들의 일상을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본 연구는 특정 지역, 특정 계급의 청소년의 하위계급 습득 ‘과정’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일상을 기술하고 그들의 가치관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질적 방법론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영구임대주택 거주 청소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하위계급의 원인을 구조적 요인뿐만이 아니라, 빈곤청소년이 스스로 하위계급을 습득하는 과정을 묘사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가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정책을 통한 물리적 격리는 빈곤층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강화하는 주요한 구조적 요인이 되었다. 한국의 영구임대주택은 특정 자치구, 특정 동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거주자를 특정 계급으로 제한함으로써 단지 내 사회적 동질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의 분화는 사회적으로 ‘빈곤층 밀집지역’이라는 낙인을 조성하고,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는 지역 외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며, 사회적 약자로 하여금 배제와 차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둘째, 영구임대주택 거주 빈곤청소년의 하위계급은 다른 독특한 습성을 지닌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 빈곤청소년의 하위계급을 재정의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인터뷰를 통해 독특한 하위계급을 7가지로 분류하고, 그 근거를 그들의 일상을 통해 제시하였다. 영구임대주택 거주 빈곤청소년들의 하위계급은 강력한 또래집단의 형성, 하위문화의 습득, 저학력현상과 상고· 공고· 직업학교 진학, 불안정한 노동, 소비문화에서의 배제, 불안정한 노동, 복지의존도이다. 빈곤청소년은 일상을 통해 하위계급을 형성하고 습득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이는 빈곤재생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때 ‘공간’은 매우 중요하게 관찰된다.

셋째, 빈곤층의 물리적 고립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고립으로 발현되며, 이는 하위계급 습득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하위계급의 습득이 자발적이기도 하지만 제한적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빈곤청소년들은 또래집단과 가족, 근린을 매개로 하위계급의 특성을 습득하는데, 때로는 매우 적극적인 형태로 발현된다. 이들은 본인이 위치한 사회적 맥락을 간파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적절하게 위치시킨다. 하지만 이는 매우 모순적이다. 근본적으로 이들은 사회적 배제와 차별,  고립으로 인한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지역 내부에서 불안정한 가구의 집적, 바람직한 역할 모델의 부재라는 제약에 직면해 있다. 빈곤청소년들은 이러한 내부의 제약을 인지하고 있고,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빈곤청소년의 모습이 불만의 대상인 가족 내부의 어른과 지역 어른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은 지역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빈곤청소년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다른 계급과 만나게 되면서 ‘중산층은 우리와 다르다’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는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차별과 배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제한은 영구임대아파트라는 공간을 통해 매개되며, 빈곤재생산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