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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한국의 모성보호법 도입에 관한 연구: 행위자들의 대립과 갈등 양상을 중심으로-

2016년 10월 07일 10시 21분


초록

본 연구는 한국에서 모성보호법이 도입되는 과정을 정책행위자들의 갈등양상을 통해 재검토함으로써 한국모성보호 정책의 내용과 함의를 밝히고 그 현재적 위치를 파악하고자 한다. 모성보호법을 포함하여 90년대 한국의 여성정책에 관한 논의는 주로 시민사회의 성장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요인과 정책행위자들의 상호작용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확장된 시민사회가 국가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과거 권위적인 정책결정구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여성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모성보호에 대한 논의는 90년대초 여성노동운동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여성노동자가 중심이 된 여성노동운동은 모성파괴, 성차별,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모성권리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모성보호의 문제를 중심 아젠다로 등장시켰다. 한편 정부는 대외적으로 UN과 ILO에 가입하면서 여성관련 국제규약에 따른 성평등정책의 일환인 모성보호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하에 모성보호법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여성단체와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2000년들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모성보호를 위한 비용의 사회적 분담과 그 구체적인 실현방안에 대한 논의들이 정부, 국회, 시민사회 각 영역에서 쟁점으로 부각 되었다.

정책행위자들은 구체적으로 1) 모성보호를 여성의 사회적 권리로 확대할 것인가? 2) 모성보호 확대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분담할 것인가? 3) 모성보호 확대에 따른 여성노동특별보호 조항 완화를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

여성운동과 기업으로 대표되는 행위자들은 모성보호를 여성의 사회적 권리로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대립하였다. 기업측은 여성에 대한 보호조항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노동시장에서 여성고용을 기피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였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회보험의 확대는 기업이 부담하는 기여금이 증가하고 곧 노동비용의 상승을 초래하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이에 부정적이었다. 모성보호 역시 당장은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사회보험의 확대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기여금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기업은 모성보호의 확대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기업의 반대입장은 산전?후 휴가기간의 연장에 따라 늘어난 30일분의 급여지급에 대해 자신이 부담하지 않고 이를 국가(고용보험)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모성보호 확대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분담할 것인가에 대해 여성운동(단체), 노동운동(노조), 노동부(고용보험), 보건복지부(건강보험)등의 이해가 대립하였다.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에서는 모성보호를 위한 비용을 사회보험에서 부담하는 방안을 지향하였고 이를 위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을 함께 검토하였다. 여성?노동운동은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방안을 더 선호했는데, 그 이유는 건강보험 수혜대상의 특성상 모든 여성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고 제도의 성격이나 다른 나라의 예에 비추어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보았다.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재정당사자인 보건복지부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취하였다. 당시 건강보험은 보험요율이 3%로 극히 낮고 건강보험 제도의 질적 개선에 따른 급여비 증가로 국고부담이 없이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연장된 30일분의 급여와 육아휴직 급이 지급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고용보험으로 결정되었다. 사실 이 문제는 모성보호 대상 및 수혜자의 범위를 산정하는 문제로서 모성보호 제도의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적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논의과정에서 현실적인 비용문제가 최대의 관건이 되었고 그 대상도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취업여성’으로 한정 되었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야간근로 금지 완화’, ‘시간외 근로 금지 완화’로 대표되는 여성노동특별보호조항 완화조치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민주노총과 여성단체간의 대립이 나타났다. 여성단체와 한국노총은 ‘모성보호 강화’에 대해 찬성하면서 여성노동특별보호조항을 완하하는 것을 받아들였던 반면, 민주노총과 좌파적 여성노조는 여성노동특별보호조항을 완화하면서 모성보호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모성보호 확대를 위해 여성노동법 개정연대회의를 중심으로 단결하였던 여성단체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여성노조는 이 논쟁으로 인해 분열되었다.

이들의 대립은 여성의 사회적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모성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과 남성 노동자 중심의 작업장에서 ‘안전’과 노동권이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측의 대립으로 규정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모성보호의 확대 문제를 노동시간 문제와 함께 ‘교환(trade-off)’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음모로 규정하면서, 남성노동자를 포함하는 작업장에서의 ‘노동권 후퇴’에 대한 우려로 연결시켰다. 이러한 노조의 태도는 노동권을 남성중심적으로 인식하면서 모성권의 확대문제를 국가의 ‘선심’정책으로 인식함으로써 여성의 모성권 문제를 외면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행위자들의 갈등구조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여성운동은 모성보호법이라는 특정한 정책사안에 대해 암묵적인 정책연합의 관계를 취하면서 모성보호법의 확대를 적극 지지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정책결정에 개입하는 행위자들 사이에서 ‘조절자’이자 ‘타협자’로서 역할을 하였다. 정부는 모성보호법 도입을 위한 논쟁과정에서 여성운동이나 노동운동, 기업등의 정책지향 그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해를 조절하였다.

모성보호의 대상을 규정하는 문제는 고립적이고 방어적인 여성의 위치를 어떻게 사회제도와 사회적 가치체계 안으로 끌어들일 것인가의 문제와 연관된다. 한국의 모성보호법은 모성의 사회적 분담화라는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지만 행위자들이 갈등하는 과정에서 취업여성으로 한정되면서 그 대상이 축소되었고, 남성 가부장적인 노조의 인식은 모성권 확대 문제를 수용불가한 것으로 외면하였다. 결국 한국의 모성보호법은 모성보호의 사회적 분담이라는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지만, 여성의 전면적인 사회권으로 확장되지 못하였고 갈등을 내포한 채 제한되고 불완전한 권리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