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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헤게모니 국가 : 1980년대 이후 미국의 국제외채전략을 중심으로-

2016년 10월 07일 09시 59분


 

초록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이후 제3세계 국가들이 경험한 거시적인 구조변동을 가장 극적으로 설명해주는 개념들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자본의 운동을 지칭하는 세계화와, 국가의 역할 축소와 시장력에 기반한 발전을 옹호하는 경제적 이념 및 정책으로서 신자유주의가 제3세계 국가들로 확산되면서, 두 개념은 사회과학적 분석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확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세계자본주의의 구조변동, 발전에 관한 경제적 이념 및 정책의 변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의 확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외채위기의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본 논문에서는 헤게모니 국가의 부상과 쇠퇴라는 국면 속에서, 그리고 헤게모니 국가가 세계자본주의의 구조변동에서 미치는 역할과 전략을 중심으로 이러한 설명 요인들을 위치시키고자 한다.

1980년대 이후에 제3세계 국가들이 경험한 구조변동에 대한 분석은 아주 다양한 방법론에서 출발하여 매우 상이한 결과를 낳아 왔다. 방법론의 측면에서 볼 때, 구조변동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주로 일국적인 단위에서 분석을 수행해 왔다. 한편으로 이러한 분석틀에서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확산 과정에서 결정적이었던 미국의 역할은 강대국의 횡포로서, 즉 외부적인 요인으로서만 고려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방법론에 입각한다면 발전도상국의 경제위기는 해당 국가들이 역사적으로 축적해 온 내부적인 요인들에서 의해서 설명된다.

본 논문에서는 세계적인 규모와 범위에서 발생한 구조변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세계체계분석의 방법론을 수용한다. 월러스틴(I. Wallerstein)의 세계체계분석은 근대세계체계를 세계적 생산양식으로서 자본주의 세계경제와 국가간체계의 이중적 구조로 파악한다. 아리기(G. Arrighi)의 역사적 자본주의 분석은 세계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의미하는 물질적 팽창이 종결된 이후에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의 유동성 선호 현상을 금융적 팽창이라는 역사적인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이 금융화 현상을 세계헤게모니의 위기 및 국가간 경쟁의 격화와 연결시켜 분석함으로써, 세계화 과정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역할과 대다수 발전도상국들의 발전 위기를 설명할 수 있는 일관된 설명틀을 제시하고 있다.

1980년대에 신자유주의의 이념과 정책이 발전도상국들에게 그토록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계기는 1980년대의 외채위기였다. 미국의 이자율 인상으로 인해서 국제 금융자본이 미국의 금융시장으로 집중되자, 낮은 국제 이자율을 활용하여 풍부한 자금을 차용하고 이 자금을 통해 국내의 불만을 잠재우고 외채의 상환을 연장해 오던 발전도상국들의 낡은 경제 정책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발전도상국의 외채위기를 국제금융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파악하고 최종대부자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미국은 베이커 플랜, 브래디 플랜과 같은 ''외채관리정책''을 통하여 국제 외채문제 해결의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하는 한편, IMF와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서만 외채협상을 가능케 함으로써 채무국의 경제적 재편에 개입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를 창출하였다. 세계경제의 위기를 자신의 헤게모니 지위를 강화하려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전략은 세계헤게모니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이었지만, 개별 국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미국의 헤게모니 시기에만 나타난 특징이었다.

''외채관리정책''과 연계된 ''조정 프로그램''은 외채의 상환을 위한 채무국 경제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지만, 외채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일반적인 발전 프로그램으로서 기능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구성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이념과 정책은 이전 시대의 발전 이념 및 정책과는 매우 상이한 것이었다.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에 기반하고 있던 발전주의 시대의 발전 모델은 발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파기되면서 지속될 수 없는 것임이 판명되었다.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로 명명되는 새로운 발전의 기획은 시장력의 발전과 국가개입의 축소, 민간부문의 활력에 대한 강조, 그리고 개방적인 경제의 장점을 핵심적인 요소로 포함하였으며, 거시 경제적 안정성과 미시 경제적 효율성을 결합시킨 것이었다.

발전주의 시대의 발전 이념 및 정책이 세계헤게모니의 산물이었던 것처럼, 신자유주의의 이념과 정책 역시 세계헤게모니의 산물이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가능한 발전의 기획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헤게모니 국가, 그 중에서도 미국만이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 테제가 의미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이념과 정책이 미국의 경제적 경험과 미국 내부의 경제학상의 논쟁에서 출현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1970년대의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 속에서 국제 외채위기가 발생했으며, 미국이 외채위기를 관리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바로 여기에서 자신의 헤게모니 지위를 유지하는데 유력한 수단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를 토대로 한 새로운 발전의 기획은 전후 시대의 발전 모델들이 가지고 있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없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발전에 대한 새로운 컨센서스는 헤게모니 위기 시기의 경제적 이념 및 정책일 뿐이다.

발전도상국들을 그 내부에 어느 정도 성장한 금융시장을 갖춘 ''신흥시장''으로 개편하고 이들을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위계화된 국제금융자본의 운동에 종속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적 실천은 그 자체의 한계로 인해서 지속 불가능하다. 그것은 새케인즈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책개혁의 속도와 순서를 조절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경제의 금융화 자체가 장기적인 경제적 성장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개혁을 통해서 발전도상국들 경제의 금융화를 촉진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발전도상국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은 반복적인 금융위기를 통해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은 헤게모니 국가로서 세계경제 위기에 개입함으로써 위기관리의 더욱 많은 비용을 지출하거나, 아니면 그 비용을 제3세계 대중들에게 전가시킴으로써 더욱 고양된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