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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마르크스 계급이론의 재해석: 자본주의의 역사적 변화를 중심으로-

2016년 10월 07일 09시 55분


 

초록

본 논문은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것의 원인을 이론 내부의 ‘어떤’ 결함에서 찾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 마르크스 자신의 계급이론의 문제설정을 검토하고, 이를 준거로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을 재독해하고 이로부터 그것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마르크스의 계급이론의 문제설정은 1848년 혁명을 기점으로 변화를 보인다. 초기의 저작에서 드러나는 계급개념은 의식적인 주체로서 자본주의를 등장시키고(부르주아지), 또 그것을 종결시키는(프롤레타리아) 역사적 주체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른바 ‘역사적 주체로서의 계급’으로 명명할 수 있는 이 시기의 문제설정은 1848년 혁명의 실패 이후 전환된다. 1850년과 1852년에 쓴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과 <루이보나파르뜨의 브뤼메르 18일>에서 마르크스는 아직 충분한 정도로 발전하지 않은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를 혁명실패의 원인으로 규명한다. 그것은 ‘역사적 주체로서의 계급’이 형성되기 위한 객관적 조건과 물적 토대에 대한 연구로의 이행이었던 셈이다. 대표적으로 <자본>(1867)은 자본축적의 논리와 그것의 역사적 과정을 검토함으로써 계급의 존재를 도출해낸다. 이른바 ‘자본축적의 효과로서의 계급’이라는 문제설정이 완성되는 것이다.

계급을 자본축적과정―이 과정에는 계급투쟁이 항상 전제되어 있다―의 결과로 이해한다는 것은 계급이론은 자본축적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역사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자본축적과정은 항상적으로 운동하며 자본주의의 성립과 함께 역사적으로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계급은 자본축적운동이라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변화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르크스 이후의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은 20세기 이후의 중간계급의 확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이러한 현실분석을 통해 새로운 계급정치를 사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신중간계급논쟁’으로서 이에 참여한 풀란차스, 카르체디, 라이트는 서로 각기 다른 기준을 통해 신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을 구분하였다. 신중간계급논쟁은 주로 노동계급과 비노동계급을 구분해주는 기준 및 그에 의거한 경계에 대한 논의로 진행됨으로써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은 ‘계급경계문제'(boundary question)라는 새로운 문제설정에 도달하게 되었다.

‘계급경계문제’의 문제설정은 명백히 마르크스의 그것으로부터의 이탈 및 전도를 의미하며 이는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의 위기를 형성한다.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의 문제설정에서는 자본축적과정이 비가시화됨으로써 자본주의의 역사성을 포착할 수 없었고, 그것이 근거하고 있었던 자본주의의 특정한 역사적 단계로서의 법인자본주의의 변화 또한 파악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정태적이고 몰역사적인 계급모델은 자본축적과정의 역사적 변화와 그에 따른 계급과정의 변동을 포착하지 못함으로써 이론적 무능력과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이 근거하고 있는 현실적 토대로서, 법인자본주의는 1960년대 말부터 점차 위기를 겪기 시작하였고, 1980년 이후부터는 근본적인 축적과정의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른바 자본주의의 ‘금융화’ 단계로서의 이 시기는 생산물시장보다 금융시장의 중요성이 증대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주로 단기고수익 위주로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또한 주식시장의 고평가를 위해서는 비용절감을 통해 미래의 수익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나 다운사이징(downsizing)과 같은 구조조정이 강제된다. 이로써, 전후 자본주의를 특징지웠던 ‘포드주의적 타협’은 붕괴되고 임노동관계의 변환과 착취율의 심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노동의 불안정화’로 명명할 수 있는 이 같은 현상은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노동과정, 노동력 재생산에 각각 영향을 미치면서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이 근거하고 있었던 계급과정을 변화시켰다. 이것은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의 전화를 위한 중요한 분석적 함의를 제공한다. 먼저, 금융화는 노동예비군의 규모를 확대시킴으로써 노동력가치의 저하를 가져온다. 이는 착취율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계급투쟁의 한 양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축적형태의 형성에 의해, 노동계급과 구별되는 특권적 위치인 중간계급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기준들―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들이 계급경계를 획정하기 위해 골몰해왔던 다양한 기준들―은 그 타당성이 의문시되거나 무의미해졌다. 불안정화의 영향이 특히 중간계급에 집중됨으로써 중간계급과 노동계급 사이의 분할의 경계는 모호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