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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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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한국 여성의 생애취업유형 변화: 출생코호트 분석을 중심으로-

2016년 10월 07일 09시 55분


초록

이 논문은 생애과정에 따른 가족 내 위치 변화에 따라 노동시장 참여여부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한국여성의 생애취업유형에 관한 연구이다. 이 논문은 우선 개인수준에서 수집된 종단적 취업생애사 자료에 근거하여 5세 간격의 출생코호트 별 생애취업유형을 규명하였다. 그리고 연령 및 생애과정에 따른 유업율 변화를 통해 추정한 생애취업유형의 출생코호트별 차이와 각 출생코호트 내부에서의 차이를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하였다. 이를 통해 한국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 시점과 내용을 제약하는 노동시장과 가족 관련 맥락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여성의 전형적인 생애취업유형으로 알려져 있는 M자형 취업곡선은 여성들이 직면하는 일과 가정 사이의 갈등적 관계를 요약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한 갈등적 관계가 역사적으로 어떤 시기에, 어떠한 사회구조적 조건에서 등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논문은 이 쟁점을 출생코호트 비교 분석의 방법을 통해 해명하였다.

그 결과 가족형성기, 즉 결혼과 첫 출산 시점은 한국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부터 퇴장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으로 나타났다. 1937년부터 1976년 사이에 출생한 여성들의 생애취업유형은 지난 50여 년간 한국사회의 급격한 사회변동과정을 반영하듯 매우 상이하게 나타났다. 가족형성기의 탈취업과 이후 재취업 과정으로 구성된 M자형 취업곡선이 등장한 시기는 1950년대가 아니라 근대적 고용관계가 본격적으로 성립된 1960년대 중반이후로 나타났으며, 최근 세대로 올수록 가족형성기의 탈취업 경향이 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가족을 형성하는 시기에 여성들이 결혼 전의 취업을 그만두고 가정에 전념하게 되는 이른바 ‘남성생계부양’형 가족형태가 전통적이고 전근대적인 관념의 효과라기보다는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시장과 가족 사이의 물질적․이데올로기적 결합방식의 역사적 변화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노동시장과 가족을 각각 분리된 힘으로 파악하기보다 성별위계제를 중심으로 한 양자의 결합방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 논문의 이론적 관점은 경험적 분석을 통해서도 그 타당성이 입증되었다. 노동시장의 성별위계와 결혼퇴직이라는 자연적 해고 수단의 활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지만, 노동시장 자체의 성격만으로는 최근으로 올수록 가족형성기 탈취업이 강화되는 경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가족을 재생산 기능과 전근대적 관념의 집합체로 협소하게 파악할 때 교육받은 여성들의 가족형성기 탈취업 경향은 설명불가능하다. 오히려 각 시대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노동시장과 가족은 서로를 이데올로기적, 물질적 자원으로 활용하였다. 1960, 70년대와 1980년대 이후의 비교를 통해, 전형적인 핵가족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여성의 ‘전업주부화’는 1980년대 중반이후 도시 화이트칼라 가족과 노동계급 상층부 가족의 성립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으며, 그 이전 시기 여성의 가족형성기 탈취업은 여성의 전업주부화라기보다는 비공식적 소득벌이 활동의 지속이라는 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가족형성기의 탈취업 경향과 더불어 여성의 성-특수적 생애취업유형을 구성하는 또 다른 특징은 가족형성기 탈취업 이후 일정 기간 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한다는 점이다. 가족형성기 탈취업 경향에 있어 출생코호트 내부의 계급․계층적 차이는 강조할 만하지 못했던 반면, 결혼 이후 재취업에서는 남편의 존재여부 및 사회경제적 지위가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이는 가족형성기라는 짧은 기간동안 가족의 이념적 지향을 보편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영구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계층은 결코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노동시장과 가족 사이를 불안정적으로 오가는 여성의 노동 생애는 한국 가족의 이념적 지향과 물질적 기반 사이의 괴리를, 그리고 이중노동과 노동시장 내 차별받는 노동력이라는 지위를 감수하면서도 이러한 괴리를 메우는 여성의 불안정적 지위를 보여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