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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후기 자본주의에서의 권력 작동 방식과 일상적 저항 전술에 관한 연구: 기 드보르와 미셸 드 세르토를 중심으로 -

2016년 10월 07일 10시 25분


초록

본 연구는 기 드보르와 미셸 드 세르토의 이론을 자원 삼아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일상생활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저항 형태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후기자본주의 사회란, 프레데릭 제임슨이 지적하듯이, 상품 물신 매커니즘이 외부와 타자의 공간을 완전히 소멸시키면서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과 일상을 권력의 시각 하에 가시화·식민화하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권력의 작동 지점으로서의 주체성과 그 주체성이 형성·변환되는 일상의 영역이 가지는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상 영역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저항 형태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기 드보르와 미셸 드 세르토는, 각각 재현 매커니즘과 감시-규율 매커니즘을 통한 후기자본주의에서의 일상의 식민화과정을 날카롭게 포착한 동시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일상적 저항 형태들을 연구했다는 장점을 가진다. 본 연구는 이 두 사상가들을 검토함으로써 후기 자본주의에서의 권력 작동 양식과 그에 따른 일상의 변형, 그리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구체적 저항 형태들에 대해서 각각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전개하였다.

첫째, 후기자본주의의 권력 작동은 ‘일상적 영역의 가시화’에 기반해 있으며, 이러한 가시화의 매커니즘은 ‘재현권력’으로서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 개념과 ‘감시-규율 권력’으로서 미셸 드 세르토의 ‘파놉티시즘-쓰기 경제’ 개념을 절합함으로써 설명될 수 있다.

우선 드보르는 ‘스펙타클’ 개념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권력 작동에 내재한 재현적 속성에 대해 분석한다. 여기서 재현이란, 특정한 방식으로 사물을 ‘다시-보여줌(re-present)’으로써 현실 속에 존재하는 질적 차이들을 무화시키고 동일성(identity)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일컫는다. 드보르에 따르면, 맑스가 가치 형태론을 통해 분석한 상품 물신과 재현의 매커니즘이 오늘날에는 이미지를 매개로 삶의 전 영역까지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개별 주체는 스펙타클적 재현 기표를 통해서만 자신의 주체 위치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세르토는 ‘파놉티시즘’과 ‘쓰기’ 개념을 통해, 주체를 감시하면서 규율하는 근대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근대 권력은 주체를 끊임없는 시선의 노출 하에 둠으로써 주체가 규율을 내면화하도록 만든다. 이 때, 규율 권력은 주체의 몸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며 주체의 몸에 규범의 텍스트를 물리적으로 각인시키고(‘쓰고’), 이를 통해 주체가 그 자체로 규범의 상징으로 기능하도록 만든다.  

본 연구는 이 둘의 분석이 각각 다음과 같은 약점을 가진다고 본다. 드보르의 경우, 재현 패러다임의 기본적인 한계로서 스펙타클의 영향을 ‘주체의 수동화’라는 의식적 차원에서만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스펙타클은 오히려 주체의 적극적인 활동을 부추기며, 주체가 스스로 규율을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훈육적 효과를 가진다. 반면에 세르토의 분석에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작동하는 상품 물신과 미디어 권력에 대한 사고가 누락되어 있다. 오늘날 규율 권력은 규율 장치라는 특정한 시·공간 속에 고정되어 작동하기보다는, 비경계적인 세계 시장과 미디어를 매개로 ‘통제 사회(the societies of control)’를 형성하면서 작동한다. 이런 면에서, 드보르와 세르토의 이론이 가지고 있는 약점은, 상대방의 이론이 가진 강점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평가에 기반해 이 둘의 이론을 다음과 같은 ‘일상의 가시화’의 순환적 매커니즘 속에서 절합시키고자 하였다.  

이 순환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후기자본주의에서 스펙타클적 재현은, 우리의 주체성과 삶 자체를 재현의 대상으로 삼게 된다. 이는 우리의 일상과 상품 소비의 외연이 완전히 일치되면서 광고 등에 나타나는 상품의 재현-이미지가, 특정한 상품의 판매를 넘어서 이 상품을 소비할 특정한 형태의 주체성의 생산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소비 사회에서 우리의 주변을 둘러싼 이러한 스펙타클적 재현은, 주체의 의식 차원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주체의 ‘몸’을 규율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가진다. 오늘날 주체가 규율을 내면화하는 것은, 푸코·세르토가 이야기하듯이 어디선가 자기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감시의 시선 때문만이 아니라, 매혹적인 스펙타클적 재현을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후기자본주의에서 일상이 상품의 소비와 동일해진다는 것은, 동시에 일상 영역 자체가 파놉티콘적 감시의 영역 아래 놓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소비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정보 수집이 확장되었다는 직접적인 이유도 있지만, 일상이 상품을 매개로 구성되면서 권력의 측면에서는 그것을 합리적으로 조직하고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더 나아가 소비 사회에서 일상에 대한 파놉티콘적 감시는 주체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확장·완성되는 경향이 있다. 앞서 보았듯이 스펙타클적 재현이 가지는 규율적 효과로 인해 주체는 이에 맞추어 자신의 몸과 일상을 변형시키게 되는데, 이는 곧 주체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스펙타클적 재현의 기표가 되어 자신을 익명적인 타자의 응시, 즉 파놉티콘적 감시의 시선에 노출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순환 매커니즘을 통해 일상은 두 가지 의미에서 가시화된다. 일상은 주체의 눈에 스펙타클적 재현을 통해 가시화되고, 한편으로 주체 자신에 의해 스펙타클적으로 구성되는 일상은 파놉티콘적 응시에 가시화된다. 각각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에 대한 권력의 작동을 포착한 재현과 감시-규율의 매커니즘은 이제 하나의 사회통제방식 속에 결합되어 작동하는 것이다.

둘째, 후기자본주의에서의 권력의 작동 방식은 일상을 특정한 형태로 변형시키는 ‘예기치 못한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일상적 수준에서의 저항을 용이하게 만든다.

우선, 드보르는 상품 경제의 확산에 따른 예술과 일상의 통합에서 일상적 실천의 가능성을 찾는다. 드보르에 따르면, 오늘날 예술과 자본주의 상품 생산 간의 경계는 점차 소멸하고 있으며, 이러한 통합 과정을 통해 탄생한 상품 미학은 예술과 일상을 ‘부정적’으로 통합시키고 있다. 드보르는 이러한 통합의 부정적 성격을 인식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 예술의 자율성을 재확보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차원에서의 예술적 실천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기존의 예술적 실천이 자신을 일상의 다른 실천들과 분리시킴으로써 재현을 독점화해왔다면, 예술과 일상의 통합이라는 조건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부과되는 재현을 파괴하고 이를 재전유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세르토는 후기자본주의에서 소비의 확산이 파놉티콘적 시각의 확장을 가져옴과 동시에, 그것을 벗어나려는 일상적 실천들을 용이하게 만든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소비는 단순히 기존의 의미를 흡수하는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사용(use)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제공되는 상품과 재현-이미지들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의미 구성을 위해 사용한다. 세르토는 이런 의미에서 소비를 ‘2차적 생산’으로 규정하면서, 오늘날 상품의 증가는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 만의 의미 구축을 통한 ‘세균같은 실천’을 전개하는 데 용이한 조건을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셋째, 이러한 ‘가시화의 기획’에 대해 드보르와 세르토가 제안하는 저항 전술은 각각 ‘재현의 재전유 기획’과 ‘비-가시성의 실천’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 둘은 ‘가시화하는 권력’에 대한 저항이란 틀 속에서 결합되어야 한다.

먼저 드보르는 ‘심리지리’와 ‘전용’의 개념을 통해, 재현의 재전유를 위한 ‘반-스펙타클적’ 실천들을 제시한다. 드보르의 ‘심리지리’는 기존의 ‘지도’로 대표되는 공간에 대한 추상적·기하학적 재현을 전복시키기 위해, 도시 공간의 지도를 제작자 자신의 주관성에 기반해 다시 그리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전용’은 기존의 문화적 요소들이 가진 의미를 파괴하고 그것들을 새로운 의미구성의 ‘성좌(星座)’ 속에 재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드보르는